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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12선녀탕 계곡(971004)~서북릉 박산행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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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12선녀탕 계곡(971004)~서북릉 박산행

꿈한량 2021. 7. 27. 18:30

1997년 가을 설악산 복숭아탕 (21년 7월에 다시 정리)  아날로그 시절(필름/인화)이라 디질털 사진은 없음 

 

 오전 6시30분에 출발하여 밝아 오는 아침을 맞으며 12선녀를 만나러 길을 나선다. 초록은 점점 노랑, 주홍으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고 화려한 가을 설악의 단풍을 뒤로하고 정상에 오르면 설악의 눈까지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윽고 12선녀탕인 복숭아탕에 이르니 복숭아탕의 오묘함과 주위에 어우러져 있는 단풍의 아름다움을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 "선계인가 불계인가 인간의 세상이 아니로다" 더 이상의 표현은 사치요 가식일 뿐이다. "복숭아탕" 정말 12선녀가 내려와 목욕하고 승천할 만한 아름다움과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자연이 만들었다기 보다는 신선의 조화로 이루어진 느낌이다. 6개의 큰 탕이 줄지어 나란히 이어졌고 기타 조그마한 탕이 몇 개 더 중간 중간에 있다.

- 12 선녀탕 사건           탕을 좀 더 가까이서 자세히 보고 싶어 건너려는 순간 미끌려 엎어졌고 0.1초 사이에 짚고 있던 다리는 50cm 가량 미끄러져 내려갔다. 무의식 중에 손을 바닥에 붙였고 순간 손과 발이 적당히 만들어진 턱에 걸려 더 이상 미끄러지지는 않았다. 아차 하는 순간이었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고 차라리 여유가 생기는 것은 잠시나마 인간의 세계가 아닌 선계에 있지 않았나 싶다. 순간적으로 턱에 걸쳐진 손과 발을 풀어 선녀탕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은 충동도 느낄 수 있었다. 아차 실수로 일상 생활에서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순간이 아님은 신선의 경지일까, 아름다움의 극치일까? 어쩐지 순간적으로 신선이 된 듯한 느낌 이었다. 

 계속해서 계곡 길을 따라 오르다 계곡의 끝에서 앞으로의 능선 길에 대비하기 위해 밥을 해먹고 쌀도 미리 씻어 놓고 식수도 충분히 확보 해야만 했다.  PET병 3통 수통 2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대승령에 오르니 날은 잔뜩 흐려 10m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식수로 인한 배낭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며 예상했던 저하된 체력에 대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배낭을 바꿔 매고 지도상으로 2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귀떼기청봉으로 향했다. 3시간이 지났으나 귀청은 나타나지 않고 안개정국이라 여기가 어디쯤인지도 알 수 없다. 배낭의 무게와 안개정국이 더더욱 지치게 했으며 우리는 퍼져 쉬고 있는데 새벽에 라면 하나 먹고 오색에서 대청을 지나 이곳까지 혼자서 산행하는 여자를 만나니 부끄럽기도 하고 그 여자가 부럽기도 했다. 그녀는 오후 5시반 까지만 산행하고 적당한 곳에서 야영 한다고 했다. 사탕과 사과를 건네며 귀청 길을 물으니 귀청의 오르막과 내리막 모두 너덜 길 이여서 통과 하는데 2시간 이상 걸리니 야간 산행은 위험하며 귀청 밑 적당한 곳에서 야영하는 것이 좋겠다 한다. 귀청 밑에서 야영할 수 밖에 없기에 어둡기 전에 빨리 텐트 치고 식사를 해야 한다. 장소가 비좁아 텐트를 활짝 펴지 못하고 엉성하게 친 후 식사를 준비하는데 경사진 곳에 낙엽이 쌓여 있던 곳이라 버너의 중심이 잘 잡히지 않는다. 식사를 하면서 그래도 축구는 들어야 했으며 결과는 3:0 통쾌한 승리. 설악의 응원이 있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축구의 승리는 더욱 즐겁게 했으며 오랜만의 야영인지라 분위기는 환상적이다. 도란도란 이야기 하다가 잠을 청하나 잠이 오질 않는다. 밖은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 앉아 보이는 게 없고 인적은 끊겨 고요하고 적막한 가운데 바람 소리와 바람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도저히 자장가 일 수 없는 것은 밤에 내릴지 모르는 비에 대한 걱정에서 일까 아니면 차가운 바닥에서 전해지는 찬 기운 때문일까, 아직 정상이 아니어서 다 비우지 못한 탓일까? 선계로 들어서면서 뒤돌아보는 인간사가 끊어지지 않고 번민과 고통과 갈등으로 휩싸여 이순간 만이라도 인간사를 잊고 유유자적 하고자 했던 신선이 되고자 했던 마음이 오히려 거짓이라 여겨지는 어쩔 수 없는 인간으로 존재함을 느낀다. 잠들지 못하고 계속해서 뒤척거림은 선계로 들어 가는 과정의 고통 이려나! 

 밖에서 무전기로 연락하는 사람 소리가 들려오고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느낌이다. 시계를 보니 6시, 대충 몸 단장하고 밖에 나가 정황을 살펴보니 간밤에 비는 내리지 않은 듯하나 텐트는 이슬에 흠뻑 젖어 있다. 간간히 불어 오는 바람은 싸늘한 상쾌함을 준다.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음식을 정리하여 대충 먹고 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 하는데 이를 어쩌면 좋을꼬? 갈 길은 먼데 비는 내리고 비에 젖은 텐트는 무게를 더할 텐데 배낭 정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꼬? 하지만 계속해서 갈 수 밖에… 배낭 정리하고 텐트 철거하고나니 비는 멎었으나 시간이 많이 지났고 눈 앞은 안개정국이다. 

귀청의 너덜 길 지나 한계령갈림길! 여기서 점심을 먹고 물을 확보한 후 산행을 계속 해야 한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용아능이 서서히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화려한 용아능과 공룡능의 기암괴석과 그리고 그 사이로 노랑, 주홍, 빨강으로 물들인 단풍의 화사함을 끝청쯤에서 만끽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밥을 해먹고 식수도 확보하고 텐트도 말리고 다시 한번 장비를 점검한 후 출발. 아뿔사! 다시 비는 내리고 길은 철퍼덕 미끌, 눈 앞은 안개정국, 10m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계속 가다 보면 중청에 이르겠지! 아니 선계로 들어서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안개정국과 가랑비가 반복되는 가운데 이윽고 중청에 이르니 중청에서 1박을 계획한 등산객들로 붐비고 이렇게 계속 밀려들 경우 중청 통나무 집은 북새통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희운각이나 양폭에서 1박을 할것인가 아니면 야간산행을 하더라도 오색까지 가서 따뜻한 물에 목욕 하고 편히 잘것인가? 기왕에 힘들었던 하루 내일을 위해서라도 오색으로 내려 가기로 결정! 

 대청을 지나 가능하면 어둡기 전에 급경사 난코스 지역을 벗어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내려 왔건만 설악폭포를 지나는 순간 어둠이 깊어져 앞이 보이질 않는다. 돌계단 급경사는 계속되고 한걸음 한걸음 조심조심 내려오다보니 탄력 있는 걸음이 되지 못한지라 걸음 걸음마다 자신의 모든 체중과 배낭의 무게를 매 걸음마다 한쪽발에 전부 싣는 방식의 산행이 되다보니 속도가 더딘것은 물론이고 땀도 많이 나고 체력도 많이 소모됨을 느낀다. 멀리 오색지대의 불빛은 반짝이건만 그 거리는 쉬이 좁혀지질 않고 시간만 유유히 흐르는구나! 이윽고 도착한 오색매표소, 이제 산행은 완전히 끝이다. 이대로 잠들어 쉬고 싶고 별 볼일 없는 사소한 일에 아둥바둥 거리며 티격태격 잘났다 XXXXX 해야만 하는 현실로 들어서고 싶지 않음은 당연하겠지!!! 자 이제 소주 한잔에 비웠던 마음 다시 채우고 현실에 철저히 적응 하도록 하자!       _ 끝 _ 

 

 

그시절 산행 후 기록했던 증거 자료 

제목 설악산 12선녀를 만나고 서북릉을 오르다!
     
산행일 1997년 10월 3~6일   
     
산행인 김재경, 꿈한량 (2명)  
     
산행과정 남교리(1박)-복숭아탕-안산갈림길(중식)-대승령-귀떼기청봉(2박)-한계령갈림길
  (중식)-끝청봉-중청봉(행동식)-대청봉-설악폭포-오색(3박)
     
'97.10.03    
15:10 집 출발 DEC 행사 중간에 줄행랑
15:42 구로공단역 도착 배낭이 매우 무거워 걱정됨
16:25 동서울 도착 김재경씨 만나니 즐거움
17:20 동서울 출발  
21:20 원통 도착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으나 남교리행 차가 오질 않음
22:30 남교리 도착 큰골민박 정하고 식사하니 즐거워라!
0:00 취침 산행 시작도 안했것만 피곤하구나!
     
'97.10.04    
6:00 기상 몸 단장, 배낭 정리
6:30 산행 시작 12선녀를 만나러 가자!
  대승령 : 9Km     귀떼기청봉 : 15Km     중청 : 20.4Km
7:20 두문폭포 도착 폭포와 단풍 그리고 김밥
7:50 두문폭포 출발  
8:45 복숭아탕 도착 선계인가 불계인가 인간 세상이 아니로다!!!
9:10 복숭아탕 출발 인생! 여기서 멈추고 싶구나!
10:10 안산 갈림길 밑 계곡 휴식  
10:25 안산 갈림길 밑 계곡 출발  
10:40 계곡 끝 지점 식사(먹고 싶진 않지만 최대한 먹어 두자)
    최대한 물 확보(PET병 3통, 수통 2통)
12:35 계곡 끝 지점 출발 배낭이 너무 무겁다는 느낌이다.
13:15 안산 삼거리 힘들다. 배낭 바꿔 매고
13:35 대승령 도착  
  남교리 : 9Km     백담사 : 4.9Km     장수대 : 2.7Km
13:42 대승령 출발  
17:00 너덜길 휴식 혼자 산행 아가씨 만남(대단함, 부러움) - 새벽에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오는 중 - 왜? 무엇을 위해서?
    귀청 밑에서 자고 가라! 귀청은 너덜길이라 야간산행 
    시 길 잃기 쉬우며 무조건 리본 보고 따라 가라!
18:00 귀떼기청봉 밑 많은 시간을 걸었는데 귀청은 어디 있는고?
    갈 길은 먼데 날은 어둡고 귀청 너덜길 통과는 2시간
    이상 걸린다 하니 여기서 잘 수 밖에...
    텐트 치고 식사 하고 축구 듣고 전화 하고 둘이 이야기
    하다가 잠을 청하나 너무 조용해서 일까? 아니면 너무
    피곤해서 일까? 잠은 오지 않고 바닥은 차갑고 바람
    소리에 물 떨어지는 소리, 그러다 저러다 잠이 들고…
     
'97.10.05    
6:00 기상 간밤에 비는 오지 않은 듯하나 안개정국 이다.
7:00 식사 완료 어젯밤 먹다 남은 음식 청소 하듯이 식사 
7:40 배낭 정리 갈 길은 멀고 비는 내리고 텐트는 비에 젖는데…
8:00 텐트 정리 어쩔 수 없다. 배낭 정리 후 텐트는 위쪽에 얹어야지
8:30 산행 시작 배낭은 무겁고 길은 미끄럽고 비는 내리고…
10:00 귀떼기청봉 도착 고대했던 귀청에 도착 했으나 사방은 안개정국
  대승령 : 6Km     한계령갈림길 : 2Km
    또다시 배낭 바꿔 매고 출발, 애고 맛이 간다!
10:55 한계령 삼거리 도착 한계령으로 내려가고 싶다. 일단 점심부터 먹고 보자!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그리고 구름이 걷히면서
    화려한 용아장성릉이 보이기 시작한다.
13:00 한계령 삼거리 출발 용아능과 공룡능의 기암절벽에 붉게 타오르는 단풍을
    본다면 이까짓 피로는 사르르 녹아 버리겠지!!!
13:40 휴식 다시 비는 내리고 길은 철퍼덕, 아쉽다!
14:35 1474봉 도착  
  중청 : 3.6Km     한계령 : 4.1Km
15:15 끝청 도착  
  중청 : 1.2Km     한계령 : 5.6Km     오색갈림길 : 3Km
16:00 중청 도착 캔맥주, 쵸코파이 먹고 어떻게 할까?
    가장 가까운 오색으로 내려가자!
16:50 중청 출발 야간산행 준비 그리고 최대한 빨리 가자!
17:05 대청 통과  
17:28 제2 쉼터 통과 계속 구보로 강행군
  대청:1.3Km  설악폭포:1.2Km PET병 두통 장사하는 사람에게 넘겨 줌
17:55 설악폭포 위 도착 물 마시고 세수하고 휴식
18:35 ???  이제 어두워 길이 보이질 않는다.랜턴 켜고 조심 조심 
  설악폭포:0.8Km  오색:1.7Km 내려 가는데 동행인 무릎 맛이 가기 시작! 
    더듬더듬 내려오니 무릎에 2배 이상 힘이 가해지고 
    속도는 더디고 2~3배로 힘들구만…
19:40 오색매표소 도착 애고애고 다 왔다. 장인주 K.O.
20;10 오색식당 도착 멧돼지고기 정식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들어가지 않음
21:00 현대온천장 도착 목욕은 내일 아침 가능
21:50 배낭 정리 완료 윈드자켓 빨고 코펠 씻고 바지의 흙 먼지 닦고
22:20 휴식 샤워하고 누우니 피로가 밀려온다. 그러나 너무 피곤
    해서인지 쉽게 잠들지 못하다가…
     
'97.10.06    
6:30 기상 목욕 후 배낭 정리
8:10 현대온천장 출발 어제 날씨가 이 정도만 되었더라도!!!
9:00 오색식당 출발 오색약수 정식 : 푸짐한 아침 식사, 약수터 약수 한잔
9:35 동서울행 버스 탑승 단풍 구경하다 설악산 벗어나니 자다가 졸다가…
13:55 동서울 도착 김재경씨와 아쉬운 이별 고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15:40 집 도착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 빨래하고 다림질하고 출근 준비
     
추억 만들기    
  ㆍ 복숭아탕의 기기 오묘한 조화  그리고 선녀탕과 어우러진 단풍! 여긴 인간의 세계가 아니로다!!
  ㆍ 선녀탕으로 미끄러져 빨려 들다 멈춰진 장인주, 12선녀와 함께 승천하려 했으나 아직 이루지 못
  한 사랑이 있기에 미련이 너무 많아 선계의 입문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 것인가!!!
  ㆍ 한계령갈림길에서 안개 걷히면서 보여준 용아장성릉, 화려함의 절정 이었으나 끝내 보여주지
  않은 것은 미련을 남겨 계속 설악을 찾게 하고픈 신령님의 뜻이겠지?
  ㆍ 오색으로의 하산 길, 갈 길은 먼데 날은 저물고 비에 젖은 텐트와 침낭 그리고 배낭으로 아직 여
  전히 무게의 부담은 계속이지만 이제는 정해진 목표, 뛰다 걷다 강행군 이었건만 기어이 어둠이 찾
  아들고 더듬거리며 내려 오는 돌계단, 혹시나 미끄러질까 조심스런 하산 길인지라 힘은 2배 3배로 
  드는데 멀리 오색지구에서 반짝이는 불빛은 쉬이 가까워지질 않는구나!
  ㆍ 대자연의 아름다운 조화, 선계에 대한 맛배기 경험, 이번 산행은 무척 힘들었지만 매우 만족하며
  28살의 신체연령을 만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계속하리라!!

 

 

 오전 6시30분에 출발하여 밝아 오는 아침을 맞으며 12선녀를 만나러 길을 나선다. 초록은 점점
노랑, 주홍으로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고 화려한 가을 설악의 단풍을 뒤로하고 정상에 오르면
설악의 눈까지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윽고 12선녀탕인 복숭아탕에 이르니 복숭아탕의 오묘함과 주위에 어우러져 있는 단풍의 아름
다움을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 "선계인가 불계인가 인간의 세상이 아니로다"
더 이상의 표현은 사치요 가식일 뿐이다. "복숭아탕" 정말 12선녀가 내려와 목욕하고 승천할 만
한 아름다움과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자연이 만들었다기 보다는 신선의 조화로 이루어진
느낌이다. 6개의 큰 탕이 줄지어 나란히 이어졌고 기타 조그마한 탕이 몇 개 더 중간 중간에 있다
 
- 12 선녀탕 사건 -
[복숭아탕의 아름다움에 빨려 큰 탕을 건너뛰어 위쪽의 가장 아름다운 탕을 향했고 그 아름다운 
탕을 좀 더 가까이서 자세히 보고 싶어 건너려는 순간 미끌려 엎어졌고 0.1초 사이에 짚고 있던
다리는 50Cm 가량 미끄러져 내려갔다. 무의식 중에 손을 바닥에 붙였고 순간 손과 발이 적당히
만들어진 턱에 걸려 더 이상 미끄러지지는 않았다. 아차 하는 순간이었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고
차라리 여유가 생기는 것은 잠시나마 인간의 세계가 아닌 선계에 있지 않았나 싶다. 순간적으로
턱에 걸쳐진 손과 발을 풀어 선녀탕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은 충동도 느낄 수 있었다. 아차 실수
로 일상 생활에서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순간이 아님은 신선의 경지일까, 아름다움의 극치일까
? 어쩐지 순간적으로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계속해서 계곡 길을 따라 오르다 계곡의 끝에서 앞으로의 능선 길에 대비하기 위해 밥을 해먹고
쌀도 미리 씻어 놓고 식수도 충분히 확보 해야만 했다.
 PET병 3통 수통 2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대승령에 오르니 날은 잔뜩 흐려 10m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식수로 인한 배낭의 무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며 예상했던 저하된 체력에 대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배낭을 바꿔 매고 지도상으로 2시간 40분 거리에 있는 귀떼기청
봉으로 향했다.  3시간이 지났으나 귀청은 나타나지 않고 안개정국이라 여기가 어디쯤인지도 알
수 없다. 배낭의 무게와 안개정국이 더더욱 지치게 했으며 우리는 퍼져 쉬고 있는데 새벽에 라면
하나 먹고 오색에서 대청을 지나 이곳까지 혼자서 산행하는 여자를 만나니 부끄럽기도 하고 그
여자가 부럽기도 했다. 그녀는 오후 5시반 까지만 산행하고 적당한 곳에서 야영 한다고 했다.
사탕과 사과를 건네며 귀청 길을 물으니 귀청의 오르막과 내리막 모두 너덜 길이여서 통과 하는
데 2시간 이상 걸리니 야간 산행은 위험하며 귀청 밑 적당한 곳에서 야영하는 것이 좋겠다 한다.
 귀청 밑에서 야영할 수 밖에 없기에 어둡기 전에 빨리 텐트 치고 식사를 해야 한다. 장소가 비좁
아 텐트를 활짝 펴지 못하고 엉성하게 친 후 식사를 준비하는데 경사진 곳에 낙엽이 쌓여 있던 
곳이라 버너의 중심이 잘 잡히지 않는다.
 식사를 하면서 그래도 축구는 들어야 했으며 결과는 3:0 통쾌한 승리. 설악의 응원이 있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축구의 승리는 더욱 즐겁게 했으며 오랜만의 야영인지라 분위기는 환상적이
다. 도란도란 이야기 하다가 잠을 청하나 잠이 오질 않는다.
 밖은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 앉아 보이는 게 없고 인적은 끊겨 고요하고 적막한 가운데 바람 소
리와 바람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도저히 자장가 일 수 없는 것은 밤에 
내릴지 모르는 비에 대한 걱정에서 일까 아니면 차가운 바닥에서 전해지는 찬 기운 때문일까, 아
직 정상이 아니어서 다 비우지 못한 탓일까?
 선계로 들어서면서 뒤돌아보는 인간사가 끊어지지 않고 번민과 고통과 갈등으로 휩싸여 이순간
만이라도 인간사를 잊고 유유자적 하고자 했던 신선이 되고자 했던 마음이 오히려 거짓이라 여
겨지는 어쩔 수 없는 인간으로 존재함을 느낀다. 잠들지 못하고 계속해서 뒤척거림은 선계로 들
어 가는 과정의 고통 이려나!
 밖에서 무전기로 연락하는 사람 소리가 들려오고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느낌이다. 시계를 보니
6시, 대충 몸 단장하고 밖에 나가 정황을 살펴보니 간밤에 비는 내리지 않은 듯하나 텐트는 이슬
에 흠뻑 젖어 있다. 간간히 불어 오는 바람은 싸늘한 상쾌함을 준다.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 음식을 정리하여 대충 먹고 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 하는데 이를 어쩌면 
좋을꼬? 갈 길은 먼데 비는 내리고 비에 젖은 텐트는 무게를 더할 텐데 배낭 정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꼬? 하지만 계속해서 갈 수 밖에… 배낭 정리하고 텐트 철거하고나니 비는 멎었으나 시간이
많이 지났고 눈 앞은 안개정국이다.
 귀청의 너덜 길 지나 한계령갈림길! 여기서 점심을 먹고 물을 확보한 후 산행을 계속 해야 한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용아능이 서서히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화려한 용아능과 공
룡능의 기암괴석과 그리고 그 사이로 노랑, 주홍, 빨강으로 물들인 단풍의 화사함을 끝청쯤에서
만끽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밥을 해먹고 식수도 확보하고 텐트도 말리고 다시 한번 장비를 점검한 후 출발. 아뿔사! 다시 비
는 내리고 길은 철퍼덕 미끌, 눈 앞은 안개정국, 10m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계속 가다 보면
중청에 이르겠지! 아니 선계로 들어서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안개정국과 가랑비가 반복되는 가운데 이윽고 중청에 이르니 중청에서 1박을 계획한 등산객들
로 붐비고 이렇게 계속 밀려들 경우 중청 통나무 집은 북새통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희운각
이나 양폭에서 1박을 할것인가 아니면 야간산행을 하더라도 오색까지 가서 따뜻한 물에 목욕 하
고 편히 잘것인가? 기왕에 힘들었던 하루 내일을 위해서라도 오색으로 내려 가기로 결정!
 대청을 지나 가능하면 어둡기 전에 급경사 난코스 지역을 벗어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내
려 왔건만 설악폭포를 지나는 순간 어둠이 깊어져 앞이 보이질 않는다. 돌계단 급경사는 계속되
고 한걸음 한걸음 조심조심 내려오다보니 탄력 있는 걸음이 되지 못한지라 걸음 걸음마다 자신
의 모든 체중과 배낭의 무게를 매 걸음마다 한쪽발에 전부 싣는 방식의 산행이 되다보니 속도가
더딘것은 물론이고 땀도 많이 나고 체력도 많이 소모됨을 느낀다. 멀리 오색지대의 불빛은 반짝
이건만 그 거리는 쉬이 좁혀지질 않고 시간만 유유히 흐르는구나! 이윽고 도착한 오색매표소 , 
이제 산행은 완전히 끝이다. 이대로 잠들어 쉬고 싶고 별 볼일 없는 사소한 일에 아둥바둥 거리
며 티격태격 잘났다 XXXXX 해야만 하는 현실로 들어서고 싶지 않음은 당연하겠지!!!
자 이제 소주 한잔에 비웠던 마음 다시 채우고 현실에 철저히 적응 하도록 하자!

 

                                                                                                            _ 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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